『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는, ‘우리 문화예술론의 선구자들’을
기획하면서 그 첫번째 작업으로 선보이는 ‘근원
김용준 전집’의 넷째권이다.
‘우리
문화예술론의 선구자들’은 우리 문화 예술에 대한
선구적인 안목과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던
선학들의 학문적 성과와 그것이 지니고 있는 사료적
가치를 온전히 오늘에 되살리고, 그 속에 깃들인,
제대로 사고하고 제대로 글쓸 줄 알았으며 올바르게
학문했던 인문정신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학문적
문화적 사표(師表)로 삼고자 기획되었다.
오늘
우리는 아무런 여과 없이 횡행하는 수많은 매체에
길들여져 난삽한 글쓰기와 글읽기를 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 문화전통의 실질적 토대가 되는 우리의
언어와 표현 그리고 학문탐구의 방법은 날로 부박해지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문화전통이 혼란한 때, 뛰어난
선학의 글을 읽고 배우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풍요로운 일일 뿐만 아니라, 간결 담백
호방한 우리 언어의 참맛과 풍부한 교양 그리고
격조 높은 인문정신을 체득하게 해준다.
이와
같이 뛰어난 선학의 글을 통해 우리 문화의 줄기를
올바로 세우고 가벼워지고 쇠태해 가는 인문학의
위상을 재정립하여, 우리 본연의 문화전통을 되찾으려는
데 이 총서 발간의 의의가 있다.
시리즈의
첫 인물로 동양화가이자 미술사학자인 근원 김용준을
선정했고, 그의 저서와 논문을 포함한 여러 글들을
모아 ‘근원 김용준 전집’을 다섯 권으로 구성했다.
제1권 『새 근원수필』, 제2권 『조선미술대요』,
제3권 『조선시대 회화와 화가들』, 제4권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그리고 근원의 미술관련 글과
기타 산문을 모은 제5권 『근원의 미술산문』(가제)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근원 선생이 월북 이후 진행한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연구성과를 담아 과학원 출판사에서 ‘예술사
연구 총서’ 제1집으로 1958년도에 출간했던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를 새롭게 복간한 것이다.
원본
중 일부 사회주의 찬양 등의 정치 이념적 내용은
본문의 큰 흐름과 관련이 없으므로 삭제했고, ‘남조선’
‘호상’과 같은 표현은 문맥에 맞게 ‘남한’
‘상호’로 각각 바꾸어 표기했다. 현 세대의 독서감각에
맞도록, 한글 전용과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표기를 한자를 병기하고 두음법칙을 적용하여 표기했으며,
인명과 지명은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바꾸었으나
중국의 인명과 지명은 한자음 그대로 표기했다.
원본에
번역되어 있지 않았던 한문 인용 구절은 새로 번역하여
작은 활자로 원문과 구별하여 본문에 병기했다.
원문의 미주(尾註)는 모두 각주로 바꾸었고, 앞서
출간된 전집 1, 2, 3권과 마찬가지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책을 읽는 사전’식의 편자주 백오십여
개를 원주(原註)와 구별하여 달았다. 또한 원주(原註)에
나오는 불완전한 서지사항은 연도, 출판사 등을
새로 찾아 넣었다.
도판은,
원본의 도판 중 1컷을 제외하고는 모두 살려 실었는데,
원본의 본문 중에 있던 ‘삽도’와 뒷부분에 몰려
있던 화보 형식의 ‘도판’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일련 번호를 주어 본문의 해당 부분에 실었으며,
원본의 상태가 좋지 않은 도면이나 일러스트는
최대한 수정 복원하여 실었다.
또한
이 책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책 앞부분에 ‘해제’를 실었으며, 전집
1, 2권에 실렸던 기존의 연보에, 김용준의 호적
사항과 중앙고보 시절 학적부 등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 등 여러 사항들을 보충하여 실음으로써 저자의
삶을 풍부하게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인명,
작품명, 책제목, 고분벽화 관련 용어 등의 일반적인
‘찾아보기’뿐만 아니라, 편자주를 단 항목만의
‘어휘풀이 찾아보기’를 두어 이 책의 집필 당시에
쓰이던 어휘나 문구들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일반적인 ‘찾아보기’에서도 편자주가
있는 항목의 페이지는 굵은 활자로 표시하여 풀이를
찾는 데 용이하도록 했다.
편집자로서
행한 이러한 노력들이 행여 저자의 의도나 글의
순수함을 방해하거나 오전(誤傳)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을 내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전집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시고 ‘연보’를
작성해 주신 미술평론가 최열 선생, ‘해제’를
써 주시고 편자주 작성에 도움을 주신 울산대 전호태
교수, 도판 자료를 제공해 주신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원복 미술부장과 임영애 선생, 한문 인용문을
번역해 주신 안대회 선생 그리고 그 밖에 많은
도움을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올해는
근원 김용준 선생이 돌아가신 지 삼십사 년째 되는
해이다. 얼마 전 뵙게 된, 김용준 선생의 둘째누님인
고(故) 김일호(金日浩) 여사의 셋째아드님 내외분
우기돈(禹基敦)·권정렬(權貞烈) 님은, 월북
전의 근원 선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소중하게
보관해 오던 사진 넉 장과 그림 두 점을 제공해
주었다. 또한 어렵게 연락이 닿은, 김용준 선생의
형인 고 김용수(金瑢洙) 선생의 장손 김영배(金濚培)
님은 근원 선생의 호적 사항을 입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로써 김용준 선생의 연보를 더욱
자세하고 풍부하게 보충할 수 있었으며 ‘근원
전집’을 만드는 데 더없는 힘이 되었다. 우기돈·권정렬·김영배
님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 근원 선생께서는
월북 당시 부인 진숙경(秦淑卿) 여사와 석란(夕蘭)이라는
입양딸을 동행했다고 하나, 지금은 확인할 길이
없다.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호전되어 선생께서
살다 가신 발자취가 선명하게 드러날 날을 기대한다.
2001년
6월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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